[코인준 = 김지수 기자] ■ b.애쓰지
「저 회사는 정말 정의로울까요? 과거 기업의 평가 기준은 오로지 숫자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기업을 판단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비크닉은 ESG에 힘쓰는 기업과 브랜드를 조명합니다. 이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을 잊고, 선행을 널리 알리는 것이 미덕인 시대입니다.」
강남역 일대 한 대형 빌딩 벽면에 큰 화면이 걸려 있습니다. 다름 아닌 두나무의 사회공헌 광고입니다. ‘우리의 업(業)이 미래 세대에 힘이 될 수 있도록’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2024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변재영 선수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패널에는 스포츠 관련 브랜드나 대기업의 캠페인 같지만, 그 정체는 예상외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가 진행 중인 태권도 지원 캠페인입니다. 두나무가 비인기 스포츠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스포츠와 블록체인 기업의 만남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최신 기술을 지닌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두나무의 기부금 규모는 27억 원(1~9월 누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으로, 2018년부터 ESG 경영에 무려 2665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비크닉은 이렇게 남다른 사회 공헌에 주목했습니다.
—
나무·청년·투자자 보호…ESG로 풀었다
‘세컨포레스트 디지털 치유정원’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숲과 정원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두나무는 ESG 활동에 있어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분산’, ‘분배’, ‘합의 규칙’을 경영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ESG 활동에 있어 본질과 맞닿아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두나무는 이를 잘 실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 분야는 생물 및 산림 보호와 취약계층 청년 지원으로 나뉘며, ‘나무’, ‘청년’, ‘투자자 보호’를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나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두나무는 ‘세컨포레스트(SecondForest)’ 캠페인을 통해 10만 5133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임직원 ESG 나두-으쓱 캠페인’을 통해 약 21톤의 탄소를 저감하고 213만7000ℓ의 물을 절약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의식한 적극적인 대처입니다.
실제 나무를 심는 것 외에도 두나무는 자사의 고유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환경재단 및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 ‘시드볼트(Seed Vault·종자 보전 시설) NFT 컬렉션’을 출시하여 2만6148명이나 되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컬렉션은 시드볼트에 보관된 주요 식물 종자 이미지를 NFT로 제작하여 업비트 NFT에서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유일한 희망인 시드볼트에서 씨앗을 싹 틔워 초록별 지구를 되살린다’는 스토리를 설정, 참여자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여 호응을 얻었습니다.
—
취약·소외계층 지원에도 ‘진심’
두 번째 ‘청년’ 키워드는 금융·기술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두나무는 ‘넥스트 시리즈(Next Series)’라는 이름으로 청년 발전기금 428억 원을 지원하며, 금융 취약 청년 1만여 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미래 인재 육성 목적으로 Web3 보안 전문인력을 키우는 ‘업사이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자회사를 통해 69개 스타트업에 185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나무는 디지털 금융·기술 교육과 투자자 보호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100억 원을 투자해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를 설립하며, 디지털 자산 교육과 연구, 가상자산 사기 피해 관련 법률 및 심리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청과 함께 청소년 디지털 금융 교육 프로그램인 ‘두니버스’도 운영 중인데,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약 2만 명의 청소년이 참여했습니다.
두나무는 이외에도 매년 ‘업비트 피자데이’를 통해 피자 1만 개를 약 200곳의 아동 양육 시설에 전달하며, 재난 재해 및 국내외 긴급 구호에도 194억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나무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경과 사회를 위해 수익을 나누고, 정보와 교육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자산의 표준 정립 및 건강한 투자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기부금 규모’로 보는 사회적 책임 이행 의지
이쯤 되면 두나무의 활약이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집니다. 경쟁업체와 기부금 규모를 비교해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경쟁업체 B사의 기부금 규모와 약 26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에서 3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큽니다. 물론 재무제표상 기부금으로 처리되지 않는 사회 공헌 활동이나 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기부금은 가상자산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됩니다. 기업의 ESG 경영과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관련 업계가 단순 수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보유한 기술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ESG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언급이 더욱 확실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