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준 = 김지수 기자] 가상자산 시장에서 2월은 ‘잔인한 달’로 기록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이 1400조원이 넘게 증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2조 6400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달 초 3조 6200억 달러에서 9800억 달러(1433조원) 감소한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초 2조 3500억 달러 규모와 거의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시총은 한 달 새 1조 500억 달러가 불어났으나, 이후 12월에는 1600억 달러가 줄었고, 올해 1월 다시 3100억 달러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내 가상자산 실무그룹 신설을 추진하며 친(親) 가상자산 정책에 힘을 실었다. 이 실무그룹은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에 대해 백악관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게 되며, 가상자산 규제 체계와 전략 자산 비축 방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6개월 내 제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 가상자산 정책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월 시장 위축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되었다. 1월 말 ‘저비용 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로 인해 비트코인 등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이를 회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계획 발표는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를 자극해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 회사를 통해 ‘오피셜 트럼프’라는 밈 코인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이 밈 코인은 알트코인 시장 자금을 흡수하며 변동성을 일으키면서, 유통량의 80%는 차남 에릭이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 그룹’의 계열사 2곳이 보유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건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다만 해킹으로 탈취된 14억 6000만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 물량은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탈취 세력들이 현금화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은밀한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러한 해킹 여파는 단기 변동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NH투자증권의 홍성욱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2018년부터 20% 넘는 낙폭이 7차례 발생했으나, 이번 낙폭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여전히 과거 단기 낙폭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친비트코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극심한 변동성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